클린베딩 첫 기부활동 - 아산 천사원 클린베딩 서비스에 더이상 사용될 수 없는 이불과 시트를 모아 세탁도 하고 이쁘게 접어 차곡차곡 정리했습니다. 일일히 기부물량을 정리하고 로고를 수작업으로 붙여야 해서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았으나,이불가방이 하나하나 쌓이는걸 보며 웃음을 머금은 저희는 그 누구도 야근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7년 10월 27일 금요일, 화창한 가을 아침, 클린베딩 멤버들은 충남 아산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천사원”을 찾았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산업단지에서 조금은 비좁아 보이는 비포장된 샛길로 들어섰습니다. "천사"들이 사는 곳이라서 그랬을까 작고 낡은 표지판이 풀숲에 비밀리 숨겨 있기는 했으나마치 우릴 찾아 달라는 것 마냥 빼꼼히 보이는 덕에 올바른 방향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천사원의 모습은 솔직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봉사의 손길이 오간 흔적이 보였으나 허름한 모습이었고 놀랄만큼 아이들의 수도 많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곳은 국내에서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는 것. 상주해 계시는 할머니와 천사원 관리를 도와주는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유행사)과 얘기를 나누어보니 이 곳은 그나마 봉사자들의 관심과 사랑이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지원으로 천사원의 관리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저희를 많이 경계하고 짖던 아이들도 이불가방들을 옮기자어느새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주고있 었습니다. 이불가방들을 전달해드리는 김에 짐 정리도 도와드렸습니다. 강아지들이 물어뜯을까봐 높이 쌓아둔 의자와 낡은 이불을 정리하고 클린베딩 가방들을 쌓았습니다. 항상 상태가 좋지않고 허름한 이불만 기부받다가 깨끗한 이불을 받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그간 어려웠던 기억들이 싹 씻겨내려갔습니다. 아이들에게 줄 이불이 모자라서 정작 할머니는 신문지를 깔고 주무신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에게도 침구 한 세트를 전해드리고 꼭 쓰시라고 당부드렸습니다. (창고에 쌓여가는 이불을 구경하는 강아지들) 아이들이 올 겨울 쓸 이불 전달과 정리가 끝난 후 클린베딩이 준비한 할머니와 긴밀한 조율 후 깜짝파티(?)를 열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이불에 올라 비비고 물고 장난을 치고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다. 아이들의 신난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 흐뭇해하던 저희들은 이내 곧 숙연해졌습니다. 항상 냄새나고 찢어진 이불 위에서만 놀다가 갑작스런 선물에 강아지들이 이불 위로 뛰어든 것은단순히 신나고 이불이 신기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후각이 뛰어난 강아지들은 우리들이 가져온 이불 위에서 옛 감정과 추억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버려지기 전, 가장 사랑했던 주인의 체취가 가장많이 묻은 이불, 갓 빨래한 냄새, 주인과 누워서 함께한 시간들을 온 몸으로 느낀 것이 아닐까요?각각의 사연이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유기’ 한다는 것은 어떤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이불 정리도 끝내고 개들이 행복해하며 이불 위에서 노는 장면도 보고돌아갈 시간이 다 됐지만 저희 모두 천사 같은 아이들의 모습 때문에 쉽게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몇몇 강아지들도 저희가 익숙해졌는지 졸졸 따라다녔고 가지말라는 듯 모두 차 뒤에 모여있는가 하면 끝까지 이불을 떠나지 않고 앉아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천으로 만들어진 클린베딩의 침구는 이곳에서 바람을 막는 벽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밀접한 자재인 '천'이기 때문에 재사용은 무궁무진합니다. 우리에게 이불이란 항상 침대에 펼쳐져 있거나 장롱에 겹겹히 쌓여 있으며 새것이 생기면 버리는 하나의 소모품이지만 어떤이에게는 오늘밤을 넘기기위해 꼭 필요한 체온, 그리고 떠나간 이에 대한 추억일 것입니다. 따뜻함을 주러 갔지만 더 따뜻한 마음을 얻어온 경험을 나누며더 많은 분들이 클린베딩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